경계선 발달장애란 생소한 단어가 저의 안에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앞으로 이전과는 비교 할 수도 없는 난관과 인내가 있을 것이란 것도 인정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서 나에게 그러한 일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운명에 그들이 있음을 인정하며 이 세상에 내려온 순수한 천사들과의 만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준비해 갑니다.
돌이켜보면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대면하였을 때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기심과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하며 스쳐 지나갔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어른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조차도 알파벳을 중학교 입학 전에 처음 대하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저 신나게 뛰어 놀고 먼지투성이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또다시 신나게 모친에게 혼났던 기억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아이들 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른스럽지 않아서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아이들로 놔두지 않고 어른으로 만들어 버린 우리 기성세대를 뭐라 할 수 만은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버리면 그뿐이니까요. 혹자는 현대에서 조선시대 이야기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고 성년이 된 지금 그들이 행복해 졌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단, 그냥 놔둬도 잘 어울리고 인정되던 더디게 크는 아이들의 세상과, 그냥 놔두면 소외당하고 적응 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느리게 크는 천사도 날개를 버리고 홀로 서기를 해야 할 때가 옵니다. 그 날이 오더라도 천사가 대응하기엔 너무나 빠른 세상일 것입니다.
거북이사회적협동조합의 스토리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들이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소외당하지 않고 순수함을 이어가면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스스로 알아가는, 느려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거북이 사회적협동조합의 스토리가 될 것입니다. 영리하고 눈치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그 나름 데로의 생활 방식을 훌륭히 따라가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아 주면 감사한 일이고, 느리게 크는 천사들도 나름의 생활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정년을 걱정하는 동년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 할 목표가 생긴 것은 "나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이사장 장 현 승